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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30호 2010.07.26~08.01 [중간보급특집]영광의 건강검진 1위

  • 조회수 : 1936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10.18

글 : 강경갑(조리)

   세종기지의‘BIG 4"를 제치고 내가 드디어 1위를 했다. 내 인생에 1등을, 그것도 남극에서 해 볼 줄이야. 

   남극 생활 8개월 만에 그토록 꿈꾸던 정상의 자리는 내게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런데 무슨 시합이나 대회도 아닌데, 그것도‘건강검진’에서 1위라니? 그리고, 1위라면 다 좋은 것인지?

  이번 달(7월) 건강검진에서 다른 대원들을 제치고 내가 체지방 1위에 올랐다(!). 여자인 전미사(해양) 대원은 예외인 줄 알았는데 미사 대원까지 포함한 순위란다. ㅠㅠ 감격의 1위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한국에 있을 때와 비교해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모습은 배가 좀 나와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못 봐줄 정도는 아닌데. 이렇게 막상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고 보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우리 23차 월동대의 영원한‘BIG 4"인 최문용(대기과학), 이상훈(전자통신), 이기영(생물), 한승우(총무) 대원이 영구 멤버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지만, 요 몇 달 네 명 대원이 운동을 한다 다이어트를 한다 요란을 떨더니 결국 나를 1위 권좌로 떠밀어 버렸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운동도 많이 하고 야식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가만히 있어도 살이 찌고 체지방이 올라가는 것은 정말 남극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참, 남극의 신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남극의 신비는 또 있다. 우리 월동대 대식가로 알려진 이상은(중장비정비), 이어진(의료) 대원은 남들 세 배를 먹지만 표도 나질 않는다. 하루에 야식까지 네 끼를 먹으면서도“살이 안 쪄.”라고 태연하게 말하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남극에서 특별히 힘 쓸 곳도 없는데,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시 거울을 본다. 출국 전만 하더라도 참 핸섬했는데, 잘 나가던 부산 사나이라도 이렇게 되고 보니 다시 한국에 가서가 걱정이다. 나의 팬들과 팬클럽 회원들의 반응이 냉담할 것이 무섭고, 나아가 팬클럽 회원들이 대거 탈퇴할까봐 은근히 조바심도 난다. 하지만 나의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뭇 사람들에게‘입지적’이고‘명망있는’조리장인 이‘강경갑 조리장’을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저러나 1등이면 다 좋을 줄 알았는데,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시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뭔가 좀‘거시기’하달까. 하지만 1등은 1등이니 대원들에게 나 1등 먹었노라고 큰소리는 쳤다(자랑하고 다니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지금은 체지방 줄이기 100일 프로젝트에 돌입하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머지않아 다시 세종‘BIG 4"를 내‘위’로 제칠 것이다. 옛날 내가 거리를 걸을 때면 아줌마, 아가씨들이 모두 한 번씩 뒤돌아보곤 했었다. 멋있고 엣지있던 젊은 시절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이번 체지방 프로젝트가 성공하기를, 남극의 천지신명께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