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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26호 2010.06.28~07.04 [세종로탐방] 김C 닮은 추노꾼 되다

  • 조회수 : 1783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8.27

(조대원의 일기)
글 : 조범준(지구물리)


입남극을 한지 벌써 7개월이 넘어간다. 입남극을 하자마자 갓 입대한 어리바리 이등병처럼 이곳 생활에 적응하느라 무던히도 애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군생활로 따지면 지금이 상병으로 진급한 시점 정도 되겠다. 그만큼 이곳 생활에도 익숙하고 웬만한 일들은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만이 아니다. 외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머리는 입남극 한 이후 한 번도 깎지 않았기 때문에 꽤 많이 자라있다. 지금까지 이정도로 기른 경험이 전무해 한동안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하고 다녀야 할지 잘 몰랐다. 한때 세종기지‘F1’으로 불렸던 영광의 과거 때문에 지금의 어정쩡한 내 모습에 적응하기 너무도 힘들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부터 수염도 기르면서 급기야는 노숙자와 형, 동생 할 기세였다.

 

여느 날처럼 나는 휴게실에 잠시 쉬려고 소파에 누워있었다. 휴게실에 들른 대원들이 하나 둘 어김없이‘노숙자 좀 치워라’하며 발로 툭툭 치고 지나간다. ㅠㅠ“형~ 나야~~”하며 쓰윽 고개를 돌리자 귀성이형이 나를 보며“이거 영락없는 김C네”하며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흑. 내가 어디를 봐서 김C란 말인가……. 하지만 확인차 거울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산발이 된 것이 차마 내 눈으로도 볼 수가 없었다.‘다른 대원들은 지금까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참았단 말인가…….’생각하며 대단한 대원들의 비위를 감탄하게 되었다.

 

‘아~ 내가 감탄할 때만은 아니야. 뭔가 변화가 필요해’하며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그냥 묶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유일한 여성대원인 미사(사실 나보다 더 남자다)에게 머리끈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몇 개를 건네주었다. 머리를 처음 묶어보는 터라 어떻게 묶는지도 몰라 물어보고 나서야 겨우 머리 정리가 되었다.

 

겨우 정돈된 머리를 확인하러 화장실 거울로 향하였다. 보자마다 떠오른 단어,‘추노꾼’. KBS 드라마‘추노’를 본 지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다른 이미지가 떠오를 여지도 없이 바로 그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세종기지‘김C 닮은 추노꾼’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이‘추노꾼’은 앞으로 남은 약 7개월여 동안 어떻게 변화할 지 알 수 없다. 여기 남극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해보나. 내 외모의 끝을 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해서 머리를 길러봐야겠다.

 

사진은 남겨놓으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찍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