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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29호 2010.07.19~07.25 [세종로탐방] 남극 하늘 은하수를 담아내다

  • 조회수 : 3125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9.14

-- 세종기지 위로 흐르는 남극 하늘 은하수 촬영기 -

[사진1] 고층대기동으로 쏟아지는 은하수, [사진2] 머리위로 흐르는 남반구의 은하수, [사진3] 세종기지의 밤은 별과 함께 지나간다.

 

글 : 조범준(지구물리)

저녁을 먹고 4시간 정도가 흐르니 슬슬 출출해졌다. 주방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이어진(의료) 대원이 빨리 카메라 들고 밖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남반구의 밤하늘을 은하수를 담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였다. 사실 그동안 밤하늘을 여러 번 찍으려고 했지만, 귀차니즘 탓인지, 추위 탓인지 쉽게 카메라를 메고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밖에 나가봤더니 바람도 잔잔하고 구름도 보이질 않았다. 수많은 별들이 검은 천장에 촘촘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부랴부랴 카메라와 야간 촬영의 필수인 삼각대를 들고 무작정 고층대기동 방향으로 이어진 대원과 뛰었다. 이곳 날씨는 워낙 변덕스러워서 삽시간에 환경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주변의 빛이 점점 사라져 갈수록 하늘의 별들은 점점 밝아져 갔다.‘뜨아~’말문이 막힌 채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전 이렇게 많은 별들이 흐르는 은하수를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남반구가 아닌가. 갑자기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났다.‘이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든 밤같이 까만 눈동자~’그러나 이곳에 뜬 별들은 어떤 게 내 별이고, 어떤 게 네 별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잠시 이어진 대원이 남반구에서 겨울 동안 지지 않는‘남십자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사진 2의 좌측 하단 참조). 넋 놓고 계속해서 감상만 할 수는 없었다. 이 추위에서 카메라의 배터리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넋을 잃고 감상에 빠져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니, 시려오는 손끝에서 남극의 매서운 겨울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찍힌 별 사진들이 차곡차곡 메모리에 저장되어 가는 것과 동시에 내 마음에 별들이 하나, 둘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30여 분을 세종기지를 배경으로 찍다보니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빵빵하게 배불리 먹여줬건만 30분을 채 못 버틴다. 그나마 이어진 대원의 카메라는 잘 버티고 있었다. 역시 디지털은 최신형이 짱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빨리 사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기념 독사진 한 장씩 찍고 내려가기로 하였다.

 

서둘러 장비들을 챙겨 생활동으로 돌아온 이어진 대원과 나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노트북을 가져와 추위를 녹여줄 라면을 반찬삼아 사진 감상을 하기로 하였다. 카메라 디스플레이에서 확인 했던 것과는 달리 노력 대비 결과물에 조금은 실망하였다. 하지만 내 생에 다시는 이런 하늘을 담지 못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런 밤하늘을 만나게 해준 세종기지가 너무나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