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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차 월동대] 2010년 제32호 2010.08.09~08.15 [세종로탐방] 계란파티 열다

  • 조회수 : 223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11.17

 글 : 조범준(지구물리)


우리 23차 월동대가 이곳 남극에 도착한 지도 어언 8개월이 지나간다. 다시 말하면 1년 치 식품 보급을 받은 지 8개월이 지나간다는 말인데, 그동안 우리 대원들이 먹어치운 쌀과 갖가지 음식 재료들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말해주듯 그동안 빈틈없이 꽉 차있어 사람 한 명 지나다니기 비좁던 냉동창고는 이제 양 팔을 휘저으며 유유히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텅텅 비어가고 있다. 지질/지구물리 연구동 한쪽에 마련된‘세종 PX"의 내 키보다 높던 과자류, 음료수, 주류들도 이제는 내 무릎 정도 높이로 낮아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흘러 집에 갈 날이 다가옴을 알려주고 있어 기쁘지만, 역시 먹을 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너무나 서글픈 일이다.

다행히 지난 주에 처음으로 중간 보급을 받은 터라 이번 주는 대원들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특히 과일이 떨어진 지 6개월(무려 반년이다)이 넘은 터라, 사과 한 입이 아쉬웠던 우리에게 갓 들어온 신선한 과일들이 선사하는 달콤한 과일 향은 축복 그 자체였다. 생활관 전체에 퍼지는 사과며 귤, 포도냄새란! 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계란이 들어온 것이 좋았다. 자칭‘계란 킬러’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온갖 계란 요리를 즐겨 해 먹으며, 자취방에 있을 때에도 항상 계란만은 떨어지지 않았었다. 남극으로 오는 수송편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만족 할 만큼 충분히 들어오진 않았지만, 한동안 계란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주말을 기해 계란 요리의 향연에 빠져보기로 하였다. 나만큼이나 다른 대원들도 이 날은 계란 요리에 흠뻑 빠져버렸다. 저녁 반찬으로는 계란찜과 계란후라이. 나를 포함해 밥 비벼먹기 좋아하는 몇몇 대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크기의 대접을 들고 와 참기름과 야채, 반찬을 이용해 저마다의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비빔밥에 계란 하나 올라가는 것이 이렇게 감동스러울 수 있다니!
 
이어진 저녁식사 후 휴식시간. TV를 보면서 삶은 달걀 한 판을 뚝딱 해치워 버렸다. 이런 식으로 먹어치웠다가는 며칠 안 가서 아까운 계란이 바닥날 것 같다는 걱정도 잠시, 또 다른 계란 요리가 등장하였다. 바로 기계설비 최정규 대원의 계란말이가 등장한 것이다. 이미 최정규 대원은 계란 요리의 달인이 되어있었다. 그 힘들다는 계란말이에 김까지 곁들여 넣는 난이도 상 최고의 경지까지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계란말이만 먹기에 밋밋했던 대원들은 소주를 안주(?)삼아 TV에 빠져들어 소소한 대화들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날 먹었던 계란의 콜레스테롤이 살짝, 아주 살~짝 걱정되었지만, 또 한동안 못 먹을 것이니 괜찮다며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왠지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옆에 병아리들이 뛰어놀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