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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27호 2010.07.05~07.11 [세종로탐방] 남극에서 생각해보는 우리 농촌의 미래

  • 조회수 : 167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9.08

남극에서 생각해보는 우리 농촌의 미래

글 : 강성호(대장)

해양학을 전공한 덕분에 전 세계 바다를 누빌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1987년부터 남극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가지게 된 후,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남극해, 북극해를 누비면서 전 세계 오지를 두루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양 극을 오고가는 과정에 저온환경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을 만날 때마다 신선한 야채를 보급받지 못해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다. 이런 모습이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1996년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채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14년 만에 다시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 대장으로 발령을 받은 작년 초, 가장 걱정했던 것이 대원들의 채소 공급 문제였다. 이곳의 하계 동안에는 그나마 신선하지는 않지만 칠레에서 공수된 야채를 먹을 수 있지만, 한 겨울에는 야채를 보급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 없기 때문에 야채 없이 거의 넉 달을 지내야 하는 대원들의 스트레스는 세종기지가 생긴 1988년 이래 계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고립된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 문제가 잘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극지연구소 극지생물재현사업이라는 과제 책임자로 있던 중, 극지의 저온생물 유전자를 활용한 저온작물 개발을 위해 농업진흥청(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의 서효원 박사와 함께 일한 인연이 되어 농진청을 자주 찾게 되었고, 농진청에서 극지와 같은 극한의 공간에서도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 교과부 김중현 차관님께서 극지연구소를 방문해 주셨을 때 우리들의 이런 고충을 건의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해 보시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차관님께서 농진청 김재수 청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들의 고충을 잘 이해해 주셔서 세종식물공장이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만들어져 현재 대원들의 식단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세종식물공장’은 우리들의 청량제가 되는 푸른 새싹과 채소들을 매일 볼 수 있는‘세종가든’의 역할도 하는 곳이다. 바로 우리들의 보물창고가 된 것이다. 남극환경보호에 관한 남극조약 의정서에 따라 외래종의 유입이 없도록 정부의 허가를 받아 미생물이 포함되지 않은, 토양을 사용하지 않은 수경재배를 통해 야채를 키워 먹고 있다. 킹조지섬 주변 8개국(대한민국, 브라질, 폴란드, 중국, 칠레, 우루과이, 러시아, 아르헨티나) 중 수경재배를 통해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최초의 국가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 각 국의 대장과 연구원들이 우리 기지를 방문해서 세종식물공장을 견학하고 갔다. 다들 기술력에 놀라면서 본국에 연락해서 이런 시스템을 꼭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기회에 우리 식물공장을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선전장으로 세종식물공장이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농업 기술력이 우리 농촌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힘이라 생각한다. 러시아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현재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민족들은 세계 어느 누구보다 농업 기술력이 뛰어나 척박한 환경에서의 농업혁명을 주도하였다고 한다. 우리 몸속에는 광활한 대지를 우리 앞마당처럼 가꾸어 비옥한 옥토로 만들어 가는 강인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되어 우리가 다시 북으로 진출하고 남극과 같은 주인 없는 땅에 우리민족이 정착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미래는 우리 농촌의 기술혁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초록을 볼 수 없는 이곳 남극에서 초록을 볼 수 있게 만든 우리 농업 기술력의 위대함에 감사하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 본 기사는 기고문으로,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하는 도서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