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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27호 2010.07.05~07.11 [세종로탐방]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스페인-네덜란드> 관전평

  • 조회수 : 1925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9.08

글 : 윤종연 <눈나라얼음나라> 스포츠 전문기자 (본업: 고층대기 연구원)
* 관전평 관련 의견 보낼 곳 : archeryjy@nate.com


2010년 7월 11일 오후 3시 30분(한국시간 12일 새벽 3시 30분). 칠레방송의 중계와 함께 드디어 남아공 월드컵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결승전의 두 주인공은 스페인과 네덜란드. 이 둘의 대결은 많은 이슈를 낳으며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켰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은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국가 간의 대결이었으며, 오렌지와 토마토의 승부였으며, 우승국 예언에 대한 인간과 해양생물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독일을 연거푸 집으로 돌려보낸 펠레의 저주가 스페인을 향했고, 앞서 치러진 3-4위전까지 모두 100% 예측에 성공한 독일의 파울이라는 문어는 마지막으로 스페인의 홍합을 손에 들었다. 그것은 반드시 한 팀은 웃고, 한 팀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던져진 하나의 가십거리였다.

전반 초반은 스페인의 공세가 대단했다.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축구는 조별예선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토너먼트를 계속하며 확실히 더 조직적이고 견고해져있었다. 반면 네덜란드는 토탈 사커의 원조인 만큼 기동력을 장점으로 하는 팀이었다. 스페인이 초반 공세에 몇 차례 슈팅을 가져갔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네덜란드의 기동력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15분부터 본격적으로 허리에서의 싸움이 전개되었으며 이때부터 하워드 웹 주심의 폭풍카드 스킬이 시전(施展)된다. 이번 결승전 경기에만 연장전 포함 무려 레드카드 없이 옐로카드만 13장이 나왔다(네덜란드8, 스페인5). 주로 양 팀 수비수들이 카드를 받았을 만큼 경기는 상당히 거칠게 진행되었고, 선수들의 불만도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0:0으로 전반이 끝나고,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대원들도 어디가 우승할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전반 후반,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네덜란드의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오히려 분위기는 네덜란드 쪽으로 반전되었다. 결국 후반 18분과 38분, 네덜란드의 로벤이 두 번의 1:1 찬스를 맞으며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스페인 골키퍼 카시야스의 슈퍼세이브가 이어지며 쉽사리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기를 함께 보던 KKK대원은 연신 로벤을 외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결승전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었던 이 두 번의 기회를 놓쳐버린 로벤은 이마의 주름만큼 더 늙어버린 것 같았다. 양 팀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2%부족한 결정력과 상대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득점을 하지 못하고 주어진 90분이 끝나버렸다.

연장전이 시작되었지만 대원 누구도 저녁식사를 하러가지 않았다.(저녁식사시간 5시30분) 그만큼 대원들 모두가, 월드컵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도 하워드 웹 주심의 카드가 여전히 남발하는 가운데 장군 멍군의 경기가 계속되며 승부차기를 예상하고 있을 때쯤, 종료4분여를 남겨두고 시종일관 네덜란드 진영을 휘젓고 다닌 스페인의 이니에스타가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받아 마침내 결승골을 뽑아내었다. “고오오오~~~~~~~~~~~~~~~~~~~~~올” 칠레 중계 캐스터 특유의 멘트가 이번엔 10초를 넘어갈 것 같다. 대원들 모두가 탄성을 지르고 있을 때에 한쪽에서 로벤을 연호하던 KKK대원은 심판이 아닌 우리에게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며 항의하느라 칠레 캐스터와 함께 숨이 넘어간다. 그렇지만 결국 이니에스타의 골은 인정이 되었고, 올해 월드컵의 주인은 스페인으로 결정되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 전에도 유로 2008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의 분위기에 있었지만 매번 화려한 전력과는 달리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을 정도로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가 있었고, 조별예선 초반 부진한 모습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스페인 대신 강력한 화력을 앞세운 독일이나 아르헨티나를 우승후보로 점찍었었다. 하지만 독일과의 4강전에서 승리하면서 스페인은 여전히 자신들이 우승후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결국 스페인은 16강부터의 토너먼트 경기에서 모두 1:0으로 이기고 올라오면서 결승전마저 1:0으로 꺾으며 역대 최소 득점 우승팀이 되었다(8득점2실점). 또한 스위스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패배한 스페인은 첫 경기를 패한 팀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깸과 동시에 유럽대륙이 아닌 대륙에서 월드컵이 개최될 때 유럽국가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도 깨버렸다. 무관의 제왕 스페인은 이제야 진정한 세계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셈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3번째 준우승을 기록하며 또 다시 우승의 문턱에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결승전의 승부를 갈랐던 것은 로벤의 1:1 찬스보다 양 팀의 교체 타이밍과 교체선수에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선발 출장한 스페인의 미드필터 페드로가 결승전에서도 선발 출장했지만 매번 무리한 돌파를 하다 수비에 막히는 등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스페인 델 보스케 감독은 후반 이른 시간에 교체를 통해 페드로를 불러들이고 헤수스 나바스를 투입한다. 이 교체를 통해 스페인은 좀 더 원할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체 시점은 후반전 알론소를 빼고 파브레가스를 넣은 시점이다. 연장전을 대비하여 1골 승부인 것을 감안할 때 수비적인 알론소 대신 공격적인 파브레가스를 넣어 승부수를 띄운 것은 결국 파브레가스가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하는 등 후반전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며 자칫 로벤으로 인해 흔들릴 수 있는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성공적인 교체였다고 본다. 네덜란드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인 데 용을 내리고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의 반 더 바르트를 기용하여 미드필더를 장악하고자 했으나, 그 시점이 연장전에 이루어져 한 템포 느린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스페인의 패스를 차단하고 돌파를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데 용이 빠지면서 오히려 스페인에게 주도권을 내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과 공격력에서의 파괴력 등을 따졌을 때 네덜란드가 밀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하워드 웹 주심의 폭풍카드가 대부분 네덜란드 수비에 주어지며 연장 후반 카드 누적으로 인한 퇴장과, 실점 직전 프리킥에서 수비벽을 맞고 튕겨간 볼이 코너킥을 받지 못한 오심 등은 네덜란드로 하여 두고두고 억울한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남아공 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결승경기를 관전한 우리의 기억에 남는 건 이니에스타의 극적인 결승골도, 카시야스의 눈부신 선방도, 문어의 신통방통함도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로벤은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세종기지의 대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나는 메시를 능가하는 그의 놀라운 드리블과 스피드이고, 다른 하나는 84년생인 그보다 우리 이양동 청장님이 20년은 훨씬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2010년 7월 11일 작성)



※ 월드컵 관련 화면 해외 송출 저작권 문제로 경기 화면을 싣지 못하는 점,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