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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윤원준] "나"를 찾아서

  • 조회수 : 2398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8.04

 
<나를 찾아서>

윤원준(2014.8.1)

윤원준 뱃지
 

 마지막 날이다. 언제나 끝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끝이 아쉬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곳에 와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실험만 계속 하다가 갔다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이뤘을지 몰라도 극지 연구의 참맛을 보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다. 
 
 구조토는 극지 연구의 전부가 아니다. 어제 밤에 나는 이 극지 연구의 참맛을 보았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으며 이런 활동을 밤새 한 것이 피곤하긴 했지만 재밌었다. 그렇다, 어제 밤새 해수 필터링과 DNA추출 실험을 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오전 3시 경부터 오전 9시까지 했으니 거의 밤을 샌 수준이다. 밤을 새며 여태껏 채수한 해수와 DNA 추출 장치를 한데 모아놓고 이유경 박사님의 지시에 따라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실에서
 
 해수를 가장 먼저 필터링 했는데, 필터에 미생물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흰색이었던 필터가 주황색으로 바뀌어서 정말 놀랐다.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필터를 갈기갈기 잘라서 5mL 튜브에 넣어서 DNA 추출을 하러 갔다. DNA 추출은 정말 정밀한 실험이다. 그만큼 정확도를 필요로 하고 인내도 많이 필요하다. DNA 추출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료를 마이크로피펫에 담아서 옮기고, 다시 원심분리기에 넣어 원심분리를 하고... 이 과정을 6번 정도 하고 나니 전기영동을 할 수 있었다. 시간도 오래 걸렸다. 나는 여태껏 이렇게 인내를 요하고, 정밀하며 정확해야하는 실험을 이렇게 길게까지 해본 적이 없다.어제 밤을 통해 연구자의 기본자세를 배우기도 했고, 극지 연구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원래 밤새 실험을 하며 지내는 것이 나의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이렇게 고등학생 때 이걸 이루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국어 교과서에서, 다산 정약용이 쓴 ‘수오재기’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자신을 찾고,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달아나고, 되찾기도 정말 힘들기에 ‘나’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군자의 본질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어제 ‘나’를 찾았다. 실험을 통해서만은 아니다. 북극에 와서 여태껏 한 모든 활동이 곧 이 실험을 위해서였기 때문에, 전 북극 활동을 통해 ‘나’를 되찾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오래 전에 잊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내 적성에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공부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런 경험을 해볼 수가 없었다. 북극은 나에게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를 찾았다. 적성을 찾았다. 흥미를 찾았다. 그리고 전기영동을 하러 시료를 젤 안에 넣는 순간, 실험의 모든 피로가 싹 달아나는 듯 했다. 이제 곧 DNA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렘에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설렘은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사라졌다. DNA가 보이지 않았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 하고 실망했으나 박사님은 이런 실험을 통해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고, 더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하셨다. 여태껏 결과만 중시했던 나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극지에 와서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이렇게 실험으로 밤을 불태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기지를 떠난다. ‘나’를 되찾은 채로. ‘나’를 이제부터는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언젠가 다시 ‘나’를 찾게 해준 니알슨에 와서 보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