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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다산과학기지가 있는 노르웨이 스발바드군도 니알슨 현장에서 전하는 생생한 북극 이야기!

[2018 21C 다산주니어] 북극현장활동일지 2일차[08.04]

  • 조회수 : 1324
  • 작성자 : 홍보팀
  • 작성일 : 2018.08.05







 


▶ 전상민


다산기지에서의 2일차는 나로 하여금 일생 최고의 경험을 선물해주었다. 첫 눈을 뜨자마자 나는 단장님과 단원들과 함께 미역국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하였다. 어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집밥이었지만 북극의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다산주니어와 함께였기에 지금까지 먹었던 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집밥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잠수복을 입고 보트를 타 차가운 바다를 가로지르며 첫 탐사의 시작지로 향했다. 차가운 바닷바람 때문에 뺨이 어는 기분이었지만 puffin black guillemot의 반가움을 알리는 날개짓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환호를 받으며 도착해서 등산화를 갈아신고 올라간 곳에서는 커다란 절벽을 볼 수 있었다. 절벽으로 가는 길에서는 많은 생물들을 볼 수 있었는데, 버섯과 이끼와 동물들의 분변을 볼 수 있었다. 그중 돌에 묻어있는 주황 흔적이 신기하여 안전요원 선생님께 여쭤보니 조류의 일종이라고 말해주셨고, 분홍색 꽃이 신가하여 여쭤보니 분홍색 꽃이 한쪽 방향으로만 모여서 피기 때문에 방향을 구분하는 나침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절벽에서는 Puffin, Black Guillemot, Black-legged Kittiwake, Glaucous gull 등 엄청난 수의 새들이 그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새 전문가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새의 둥지위치, 먹잇감, 특징 등 여러가지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그 중 신기했던 점은 Puffin의 특징 중 하나인 등이 검고 배가 흰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냥을 할 때 물고기들이 흰 배를 하늘이라고 착각해 사냥을 쉽게 하기 위함이고, 등이 검은색이라 바다의 색과 비슷해 상위 포식자들이 Puffin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설명을 마치고 새 둥지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절벽에 있는 새의 둥지를 찾아내어 표시하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다 절벽으로 보이고 새의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박사님의 팁 중 하나인 새가 먹이를 물고 돌아가는 위치를 주시하라는 말을 듣고, 자세히 관찰하였더니 여러 새의 둥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둥지 안에는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가 입을 벌리며 파닥거리고 있었다. Puffin, Black-legged Kittiwake, Black Guillmot 의 모습은 볼 수 있었지만, Glaucous Gull 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원래 보기 드물기도 하고 번식철이 끝나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고 모든 종류의 새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새의 둥지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나와 단원들은 가파른 절벽을 올라 마침내 중턱에 도달하였다. 그때 앉아서 보는 북극의 경치란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정말 실제로 본적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절벽에서 관찰을 끝낸 뒤 내려와 컵라면을 먹었다. 북극에서 컵라면이라니 정말 세상 그 어떤 라면보다 더 값지고 맛있는 라면이었다. 이곳에서 북극의 진풍경을 감상하며 먹은 라면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라면을 먹은 뒤 해안가를 따라 걸어오며 순록을 보았는데, 친구와 함께 풀을 뜯어먹는 다정한 모습이 북극은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 가지 새로 알게 된 점은 최근 순록의 분변에서 광견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순록이 어디서 바이러스를 얻어오게 된 것인지 그 과정을 깊게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환경을 둘러보며 도달한 곳에서는 긴 세월의 비밀을 품고 있는 지층을 볼 수 있었다. 퇴적학 전문가 연구원님의 퇴적학 강의를 들으며 화석 찾기에 관심을 돌렸다. 망치를 들고 절벽을 오르며 화석 찾기에 혈안을 올렸지만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님께서는 화석을 다 지나치고 있다며 몇 가지 예시를 찾아 보여주셨다. 한번 눈에 익은 터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화석은 산호화석이었다. 마치 돌에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답게 박혀있는 그 모습은 나를 화석에 홀리게 만들었다. 연구원께서는 이 화석은 산호의 주성분은 빠지고 그 틈(몰드)를 다른 종류의 물질이 채워 만들어진 거라 하시며 보기 드문 귀한 화석이라고 말해주셨다. 화석을 발견했다는 기쁨도 좋았지만,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내 손으로 채집한 화석을 내가 가져갈 수 있다니!! 이런 진귀한 경험을 누가 또 해볼 수 있을까? 이후 조개화석, 지의류 화석 등 지층에 따라 다르게 분포해있는 다양한 종류의 화석을 보고, 지층이 지구의 역사를 푸는 열쇠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계기가 되었다.

 

지층의 구조를 살펴보며 꼭대기까지 올라간 곳에서는 눈을 볼 수 있었다.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눈이 쌓여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눈 사이사이 핑크빛의 물질이 묻어있는 것이 신기하여 단장님께 여쭤보니 조류의 일종이라고 말씀해주시며 눈에서 튕긴 햇빛을 이용해 살아가는 생물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차가운 눈 위에서 살아가는 미세조류를 보았을 때 든 생각은 나로 하여금 이 미세조류를 통해 부동단백질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렇게 관찰을 끝낸 뒤 절벽에서 내려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패턴드 그라운드라는 규칙적인 모양의 땅을 볼 수 있었는데, 토양수가 동결과 융해를 반복함에 따라 토양 속의 자갈이나 바위가 지표면으로 밀려 올라와 분급 현상에 의하여 기하학적인 모양을 이룬 지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모습은 마치 외계인들이 남긴 모양처럼 기이했고 신기하였다. 그렇게 길고 긴 길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빙하를 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지치지만 값지고 뿌듯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풀고 토요일 특식인 양고기를 먹었는데, 입에 잘맞아 두 그릇을 먹어치우는 나를 보고 모두 잘 먹는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돌아와 일지를 적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였고, 후에 반드시 극지연구원이 되어 다시 돌아와 극지의 비밀을 모두 풀어버리고 말겠다고 다짐하였다.



▶ 허주영


오늘 일정을 요약하자면, 걷고, 새 보고, 라면 먹고, 걷고, 화석 보고, 걷고, 걷고, 걷고.

 

오는 내내 고생했던 탓인지 어제 기지에 와 씻지도 못한 채 잠들었다. 일찍 잔 탓인지 덕인지 새벽 일찍 깨버렸고, 화장실에 갔더니 백야 때문에 잠을 다 깨버려 선잠을 자며 네 시간 가량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단장님께서 해주신 맛있는 아침식사를 먹은 후 보트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보트를 타고 저 멀리 있는 해변에 도착해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조류 서식지! 나는 사실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로 조류 공포증이 있어 새 근처에는 가지 못하기 때문에 겁이 조금 났지만, 극지연구소 이원영 박사님께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 거라고 해 주셔서 안심하고 새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본 새들은 퍼핀, 키티웨이크, 그리고 블랙 길리모트였는데, 박사님께서 각각의 새들의 특징도 가르쳐주시고 관찰할 때 팁 같은 것도 가르쳐 주셔서 조금 있다가는 날아가는 새들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평소 새라면 기겁을 했지만, 다시는 못할 경험이기에 용기를 내어 다가갔고 그 덕에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새를 보기 위해 한참을 걷고, 또 험한 벽을 오르며 몸과 마음의 양식을 소진시킨 우리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라면이었다. 탁 트인 북극의 언덕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평소 잘 마시지 않는 국물까지 원샷!

 

뒷정리를 하고는 화석을 보기 위해 또 한참 걸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습지, 폭신폭신한 이끼, 순록과 새들의 분변, 그리고 돌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는 동안 우리는 순록을 봤는데, 너무너무 좋았지만 밥먹는 데 방해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걷다가 쉬다가를 한참 반복하고, 드디어 화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아까 조류 관찰이 끝나고 잠시 떠나가셨던 극지연구소 오재룡 연구원님도 합류해서 또다시 돌길을 올랐다. 그래도 경사가 급하지 않아 오를 만했다. 올라가면서 다양한 화석을 실제로 보고, 채집도 하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한참을 올라가니 눈이 있었고, 아직 마음만은 어린이인 대한민국의 청소년 네 명 그리고 오재룡 연구원님, 서명호 강사님은 눈싸움도 하고 썰매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위에서 보니 우리가 많이 올라온 것이 보여 뿌듯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내려갈 길이 걱정되기도 했다.

 

다 내려오니 강사님께서는 기지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하셨다. 난 처음에 정말 거짓말인 줄 알았다. 아니, 거짓말이었어야 했다. 우리는 발에 감각이 사라질 때 까지 걷고 또 걸었다. 이건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진짜 걸었다. 걷고, 걷고, 걷고, 걷고. 다행히 낙오자 없이 기지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기지에 돌아와 이것저것 간식도 먹고, 지친 다리도 풀다 보니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의 메뉴는 양고기 스테이크! 염소 고기는 먹어봤지만 양고기는 처음이었는데 비슷한 듯 조금 더 부드러웠다. 결론은 맛있었고, 황홀했다.

 

하루 종일 걷느라 발바닥, 종아리는 물론 배낭을 메고 있던 어깨도 빠질 듯 아프지만,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꾹 참고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벌써 기지에서의 이틀이 끝나 간다. 이틀 뒤면 우리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한국행 비행기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하지만..)에 몸을 싣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아쉬움이 느껴지려고 하지만, 아쉬움의 예방 방법은 그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것 하나뿐이니까! 내일을 위해 몸을 풀어주어야겠다. 오늘도 다산주니어 파이팅!



▶ 박선우


오늘은 배를 타고 6킬로미터에서 7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기지 쪽으로 걸어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였다. 배는 구명보트 정도의 크기였는데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바람이 얼굴을 찢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배를 타고 가면서 본 빙하, , ,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배에서 내린 후 넓은 습지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습지에는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하얀 꽃부터 순록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특히, 이끼와 순록 분변이 인상적이었다. 습지에 이끼가 많았는데 밟았을 때의 느낌이 좋았다. 이끼가 푹신해서 계속 마시멜로를 계속 밟고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밟았을 때 들어갔던 이끼가 발을 떼고 나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신기했다. 순록 분변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같은 순록의 똥인데도 생긴 모양과 색깔이 달랐다. 같이 가신 박사님께 여쭤보니 어떤 똥은 곰팡이가 펴서 색깔이 흰색으로 변한 것이었고, 어떤 똥은 배출한지 오래되어서 더 딱딱하다고 하셨다.

 

열심히 습지를 건너 도착한 곳은 조류 서식지였다. 글라우코스 걸, 퍼핀, 세가락 갈매기, 흰죽지바다비둘기가 주로 살고 있는 절벽이었는데 매우 높았다. 챙겨 간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하니 눈으로 봤을 때에는 구별이 되지 않던 새들이 정확하게 보였다. , 박사님께 각 새들의 특징에 대해 듣고 나니 새들을 구별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쌍안경으로 퍼핀이라는 새를 가장 많이 보았는데 퍼핀은 살짝 펭귄처럼 생긴 새이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새인데 퍼핀이 날아가는 모습도 생김새와 잘 맞는 것 같았다. 퍼핀은 다른 새들과 달리 부드럽게 나는 느낌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파닥파닥 거리는 느낌이었다. 내일 다니면서 새를 또 보게 된다면, 퍼핀은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조류 관찰을 마치고 언덕 위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기지에서 들고 온 컵라면을 먹었는데 우리가 배를 타고 온 바다와 멀리 있는 산들을 보면서 먹으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소풍을 갔을 때 야외에서 컵라면을 먹었던 적은 여러 번 있었는데 차원이 달랐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보면 안 될 것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앞으로 컵라면을 먹을 때 오늘 먹었던 컵라면을 기억할 것 같다.

 

점심식사를 하고 화석을 보러 갔다. 예전부터 특이한 돌이나 화석 모으는 것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제일 기대가 되었던 활동 중에 하나였다. 절벽에서 떨어진 돌 때문에 생긴 거대한 돌산을 오르면서 다양한 화석들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산호 화석이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운 좋게 화석이 잘 나타난 것을 찾게 되었다. 돌산을 계속 올라가다가 눈을 발견했는데 북극에 오고 처음 본 눈이라서 더 반가웠다. 눈 위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눈싸움도 하면서 놀았는데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다.

 

화석을 보고 난 뒤, 기지로 걸어서 돌아왔다. 4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돌과 습지가 많아서 4킬로미터가 아니라 10킬로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오랫동안 걸어서 많이 힘들었지만,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서 보람찬 시간들이었다. 오늘 밤에는 바로 쓰러져서 꿀잠을 자게 될 것 같다.



▶ 정예원


북극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하루를 마무리하고 기절하듯이 잠든 탓인지 아침에는 생각보다 쉽게 눈이 떠졌다. 오늘 아침은 기지촌 식당 대신 다산기지 안의 응접실에서 먹었는데,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볶음김치, 그리고 김자반과 장조림 등 정말 여러 가지 반찬이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아침을 먹고는 본격적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극지연구소에서 받은 두꺼운 바지와 장갑을 챙겨 등산화까지 신으니 드디어 북극의 필드로 나간다는 것이 실감났다.

 

기지에서 나와 차를 타고 보트 선착장으로 가, 어제 입었던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오렌지색 작업복을 입고 보트에 탔다. 차가운 북극 바다의 물살을 가르고 빠르게 나아가는 보트 위에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보트 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맥과 빙하들, 그리고 바다 위를 날아가는 새들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절벽에 서식하는 조류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넓고 광활한 습지를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이끼들로 뒤덮인 습지에 발이 빠지기 쉬웠기 때문에 등산화에서 장화로 신발을 갈아 신고 걷기 시작했다. 습지를 건너며 단연코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동물들의 배변이었는데, 길쭉하고 단단한 키티웨이크 갈매기의 배변부터 곳곳에 모여있는 동그란 순록 배변까지, 정말 다양한 모양의 배변을 여기저기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비록 우리가 걸어갔던 습지 주변에서 다른 동물들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땅바닥의 배변들을 보며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자리를 순록들도 지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이 났다.

 

한참을 걸어 드디어 조류 서식지에 도착했다. 새들의 둥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서는 암석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절벽을 올라야 했다. 경사가 꽤나 가팔라 발을 조금만 헛딛어도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무서웠지만 절벽이 익숙하신 강사님과 박사님, 연구원님 등의 도움으로 무사히 절벽을 오를 수 있었다. 새들의 둥지가 많아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와 망원경을 꺼내들자 조류를 연구하시는 이원영 박사님께서 다양한 조류들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하늘을 날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셨는데, 실제로 새들마다 대략적인 크기와 날갯짓을 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 박사님께 오늘의 계획을 들었을 때 영화 속에서나 봤던 새인 퍼핀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는데, 나는 그동안 퍼핀이 하늘을 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터라 다른 새들보다 눈에 띄게 열심히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새들이 바로 퍼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퍼핀의 펭귄을 연상시키는 색깔과 생김새 덕에 날지 못하는 새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다른 새들에 비해 두 배는 짧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이며 날아다니는 퍼핀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류 관찰을 끝내고 다시 절벽 밑으로 내려와 잠시 휴식하며 점심으로 가져온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각자 가져온 물을 모아서 냄비에 끓여 완성한 컵라면을 들고 바닥에 있는 돌 위에 앉았다. 한국에서 자주 먹는 컵라면이지만, 북극에서 멋진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다산주니어 친구들과 먹는 컵라면의 맛은 실로 놀라웠다. 세상의 끝에서 먹는 컵라면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라면을 먹고 또 습지를 건너 오재룡 연구원님과 함께 화석을 관찰하기 위해 한참을 걸었다. 걷고있는 도중 순록 두 마리를 발견했는데, 이전에 조류 서식지가 있는 곳에서도 순록을 봤지만 그때는 지평선에 점처럼 작게 보였던 데에 반해 이번에 본 순록들은 정말 가까이 있었다. 우리를 경계하면서도 풀을 뜯느라 멀리는 도망가지 않았다. 마침 카메라 배터리가 바닥나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지만 순록을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감사했다. 천천히 습지를 따라 순록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으니 마치 순록과 함께 산책하는 느낌도 들었다.

 

한참동안 습지를 걸어 무수히 많은 돌들이 쌓여 산을 이루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화석을 찾기 위해서 다시 한 번 험산 돌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류 서식지의 돌산과는 달리 이번의 돌산은 가파르기보다는 정말로 길었다. 돌들도 훨씬 작아 등산화를 신고 걸어도 미끄러지기 일쑤였지만 무수히 많은 돌들 사이에서 화석들이 박혀있는 돌들을 찾아내는 것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 힘든 줄도 몰랐다. 큰 돌에 화석이 박혀있는 경우에는 연구원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망치와 정을 가지고 돌을 깨보기도 했다. 벌집모양의 산호화석은 물론 관족동물, 태형동물, 극피동물, 유공충, 브라키오포드(완족동물)등 다양한 종류의 화석들을 채집하며 돌산을 오르다 언덕 꼭대기에 쌓여있는 눈을 발견했다. 다산주니어 친구들과 눈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북극에 와서 처음으로 눈을 만졌다. 차가운 얼음 결정들이 손바닥에 닿자 정말로 내가 북극에 왔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신기함도 잠시, 곧 다산주니어 친구들과 함께 눈에 올라 신나게 눈싸움을 하고 경사진 눈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분명히 계절은 8월인데,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8월에 눈싸움을 언제 또 하겠는가. 북극은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한바탕 눈싸움이 끝난 후 다시 다산기지까지 돌아가는 강행군을 시작했다. 보트로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려니 새삼 정말 멀리 왔다는 것을 느꼈다. 약 두 시간 가량을 걸어 도착한 기지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토요일이라서 저녁식사에 양고기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지금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친구들과 숙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야의 환한 아침을 맞으며 눈을 뜬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말 새롭고 완벽했던 북극에서의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