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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금민주] 21c 다산 주니어 셋째 날

  • 조회수 : 211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8.01


<21c 다산 주니어 셋째 날>


금민주(2014.7.31)

 금민주 뱃지
 
  밤에 자기 전에 엽서를 썼다. 집에 하나, 담임선생님께 하나. 자고 일어나니 내리던 비는 눈으로 바뀌어있었다. 눈발은 점점 거세지는 듯했다.
 
 아침을 먹고 전재문 학생과 화상통화를 했다. 온도변화와 방형구 실험을 계획했었는데, 여기 함께 오진 못했다. 우리는 자기소개를 하고 어제 우리가 묻은 온도센서 얘기랑 방형구 내 식생 조사한 이야기를 해준다. 사진도 몇 장 보낸다. 그 외에 우리 일정, 날씨이야기, 빙벽 본 이야기 등등을 한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21c 다산주니어 화이팅을 외치고 화상통화가 끝났다.
산맥에 도착한 21세기 다산 주니어 학생들과 직원들
<이유경 단장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하여!>
 
 바로 빙하 시추하러 나간다. 이게 하이라이트다. 밖엔 눈보라가 치고, 하늘은 구름으로 꽉 찬다. 여름에 이런 날씨는 흔치 않다. 완전무장을 하고 차로 덜컹거리는 길들을 지나 산 아래까지 간다. 스틱을 똑바로 잡는 데만 15분이 걸린다. 가파른 경사를 조금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숨이 차다. 박하동 선생님은 숨차게 따라올 필요 없다고 하시는데 아무리 쉽게 걸어가려 해도 숨이 차다. 내 체력이 이렇게 저질이던가. 그런데 알고 보니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높이 올라와 공기가 희박해 그런 것 같다.
 
 우리는 사격장 건물 안에서 잠깐 쉰다. 다시 출발한다. 우리는 눈이 간간이 보이는 돌산을 오른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만이 사는 산이다. 자주범의귀나 지의류만 아주 조금 산다. 어떤 돌들은 밟으면 미끄러진다. 어떤 돌은 밟으면 뒤집어진다. 어떤 눈밭은 밟으면 푹 들어간다. 이런 식이다. 우리는 스틱을 붙잡고 네 발 짐승인 척 걷는다. 가끔 쉬면서 사진을 찍는다. 어느 정도 가니 빙하가 보인다. 빙하를 낀 산도 보인다. 눈 덮인 산맥과 드문드문 푸르스름한 빙하. 풍경은 장엄하다. 흐리고 눈보라가 치는 날씨 때문에 더 신비스럽고 어떻게 보면 수묵화 느낌도 난다. 나는 저걸 어떻게 그릴까 생각한다. 색깔과 무늬를 기억해둔다. 잊지 않으려고 또 사진을 찍는다. 
 
 더 걷는다. 빙하지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굴비처럼 줄줄이 줄에 묶인다. 그렇게 묶여서 조금 올라가 아이스 코어링 장비를 꽂을 자리를 찾는다. 무게를 실으면서 돌린다.  우리는 낑낑대지만 잘 되지 않는다. 보다 못해 박하동 선생님이 도와주신다. 우리가 계속 했다면 한 시간쯤은 거기서 눈을 맞아야 했을 거다. 얼음을 들고 사진을 찍는다. 조금 내려와 빙하 녹은 물을 퍼 담는다. 너무 차가워 손이 아리다. 날씨가 점점 나빠져 빨리 끝내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에는 발 밑만 쳐다본다. 돌들이 예쁘다. 다 주워오고 싶었다.
여러 가지 색깔과 무늬의 퇴적암들이 쌓여 있다. 빙퇴석들이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기지로 돌아와 빙하는 냉동실에, 빙하 녹은 물은 냉장실에 넣는다.

빙하코어 시추 중인 금민주 양
<아이스코어링을 힘겹게 꽂는 중!>

 밥을 먹는데 정말 맛있다. 이제까지 먹은 밥 중 가장 맛있다. 배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맛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말 맛있다. 다 먹고 독일기지에 간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라디오존데 날리는 건 놓쳤다. 기지를 둘러본다. 엄청난 장비들이 보인다. 아주 큰 천체망원경도 있다. 노르웨이 기지는 더 좋다. 굉장히 넓고, 나무 인테리어라 집 같은 느낌이 든다. 현재 20명 정도의 과학자들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부러웠다. 다음엔 구조토를 보러갔다. 길이를 재고, 온도를 재고. 온도계가 너무 느려 그냥 도로 배낭에 집어넣는다. 식물도 채집한다. 뿌리가 다치지 않게 모종삽을 퍼 담는다. 흙이 얼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땅에서 여러가지 식물들을 살펴보고 있는 다산주니어 일행
<북극 생태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신 것만 같은 이유경 단장님>

 바로 기지로 돌아와 실험을 시작한다. 20도 해수를 필터링하고, 식물은 흙을 씻어내 현미경으로 본다. 다들 털이 있다. 꽃들은 정말 예쁘다. 나는 해수 필터링하던 중 필터가 찢어지면서 폭발했다. 박사님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 하셨다. 한 번 더 찢어지고 나서야 압력이 너무 셌다는 걸 깨닫는다. 필터는 가위로 잘라 튜브에다 넣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먹고 엽서를 부치러 나간다. 문을 열지 않아서 그냥 우체통에 넣었다. 몇 달 뒤 도착할 것 같다. 내일 기지를 떠난다. 정말 떠나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잠들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