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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남극이란 도대체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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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지구환경
가혹하고 신기한 남극의 환경
위대한 남극탐험
지구환경변화와 남극의 역할

가혹하고 신기한 남극의 환경
남극은 만녕빙으로 덮여있는 거대한 남극대륙과 그 주변을 고리처럼 감싸고 흐르는 남빙양(Southern Ocean)을 포함한다. 남빙양의 자연 경계는 남위 50°부근까지 뻗어 있으며, 크게 남극수렴선 이남의 남극권과 수렴선 이북의 아남극권으로 나뉘어진다. 남극수렴선이란 온도와 염분 같은 물리특성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는 바닷물 덩어리들이 서로 만나는 경계로서 대략 남위 50° 에서 60° 사이를 불규칙하게 오르내린다. 수렴선 이남의 바닷물의 연중 수온은 -1.8∼4.0℃로 수렴선 이북의 남빙양 바닷물 (4∼10℃)보다 훨씬 차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의 남극권은 남극대륙과 남극수렴선 이남의 남빙양, 그리고 이곳에 있는 섬들을 일컫는다. 한편 1999년 5월에 국제수로기구(IHO: 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에서 정한 새로운 정의에 의하면 남빙양은 남극조약 경계인 남위 60°이남의 바다를 의미한다. 남극대륙의 넓이는 일년 내내 얼음으로 덮인 바다인 빙붕(氷棚)을 포함해 1,360만 km2가 넘고 이는 지구 육지면적의 9.2% 정도가 된다. 유럽대륙이나 호주대륙보다 넓고 아프리카대륙의 반이 넘으며 남아메리카대륙의 2/3가 넘는다. 인류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문명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가보기가 어렵고 자연환경이 가혹해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렇지 남극대륙은 이처럼 결코 작은 곳이 아니다. 우리가 남극의 크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구의 가장 남쪽에 있고 보통 지도에서도 작게 그려져 작게 보일 뿐이다. 본초자오선을 중심으로 동쪽이 동남극이며 서쪽이 서남극이다. 동남극이 서남극보다 더 넓고 기온이 더 낮고 얼음도 더 두껍고 더 오래된 지층과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쪽으로 총 연장 2,200km에 달하는 남극횡단산맥이 지나간다. 남극횡단산맥의 동쪽을 ‘큰 남극’ 서쪽을 ‘작은 남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극대륙의 평균높이는 2,300m 정도로 2위인 아시아대륙의 800m보다 훨씬 높다. 남극에서는 지구에서 측정된 최저기온인 -89.6℃가 측정되었다. 바로 남극대륙 안쪽 고원지대에 있는 러시아 보스토크(Vostok) 기지에서 1983년 7월 21일 측정된 것이다. 이 기지는 해발 3,488m에 있어 백두산보다 더 높고 평균온도가 -55.4℃로 물이 아예 없다. 수분이란 모두 얼음이나 눈일 뿐이다. 기온이 -60℃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이 만든 모든 섬유가 견디지 못하고 부스러진다. 단지 자연섬유, 예컨대 솜이라거나 양털, 낙타 털, 늑대가죽, 곰 가죽 같은 것만이 견딘다. 고무와 플라스틱과 유리가 견디지 못하며 알루미늄 캔도 작은 충격에 쉽게 부스러진다. 이렇게 낮은 온도가 바로 남극을 지상에서 가장 가혹한 곳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남극의 연평균온도는 -23℃로, 사람이 사는 곳의 평균온도가 15℃인 것에 견주어 보면 남극이 얼마나 추운 곳인가를 알 수 있다. 남극, 그 가운데서도 해안지방은 바람이 유난히 강한 곳이다. 남극에서도 바람이 가장 강한 곳인 동남극 컴먼웰스 만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22.2m에 달한다. 일년 내내 이 정도의 바람이 분다는 것은 정말이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제 그 곳에서 2년을 살았던 남극탐험의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인 오스트레일리아 지질학자인 더글러스 모슨(Sir Douglas Mawson, 1882-1958)경이 이끄는 남극탐험대는 바람이 제대로 불면 걸어다니지 못하고 기어다녔다. 풍속이 초속 25m 정도 되면 사람이 바람을 안고 걷기가 힘들어지며 35m 정도가 되면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마침내 초속 40m가 넘으면 몸이 날린다. 몸이 날린다고 해서 낙엽처럼 허공으로 날리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잃으며 쓰러져 굴러간다. 또 낮은 온도에서 바람이 세어지면 사람이 느끼는 체감 추위가 훨씬 심해지므로 바람도 기온에 못지 않게 무섭다. 게다가 해안지방에서는 블리저드(blizzard)라는 강한 눈보라가 불어 남극을 그야말로 가혹한 세상으로 바꾸어 버린다. 눈보라가 심하면 수 m 앞이 보이지 않게 되며 보통 이 바람은 며칠 간 계속된다. 이 때는 있던 자리에 그냥 있으면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남극에서 생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부근을 잘 안다고, 또 목표가 가깝다고 결코 마음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바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는 우리가 어떤 목표로 가더라도 실제는 한 점을 중심으로 빙빙 도는 이른바 환상방황(環狀彷徨)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극대륙도 대륙이므로 다른 대륙에 있는 모든 지질현상이 다 있다.

예컨대 활화산이 있고 온천이 있고 지진이 일어나고 공룡화석이 나온다. 또 석유를 비롯한 지하자원과 금속자원이 있다. 그러나 남극대륙은 다른 대륙과는 달리 평균 2,160m의 두꺼운 얼음으로 98%가 덮여 있다. 해안과 높은 바위산 꼭대기를 빼고는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다고 보면 된다. 얼음이 가장 두꺼운 곳의 두께는 거의 4,800m에 이른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을 빙상(氷床)이라고 하는데, 얼음이 고체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도 천천히 움직인다. 예컨대 남극점 둘레에서는 연 10m 정도 대서양쪽으로 흘러간다. 흘러 내려가는 속도가 내륙에서는 연 2∼3m이나 해안 쪽으로 갈수록 빨라져 빙붕에서는 연 1∼1.5km나 된다. 얼음이 해안 쪽으로 흘러내리면서 낮은 곳을 채워 결국 빙붕에서는 평탄해진다. 이런 빙붕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깨지면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위가 평탄한 이른 바 탁상형 빙산이 된다. 빙산이 작으면 수백 m 규모이지만 크면 100km에 이르고 면적이 1만 km2가 넘어 거대한 얼음 섬을 연상케 한다. 얼음은 흘러내리면서 아래 지형에 따라 갈라진다. 그 틈이 이른바 크레바스이며 작으면 몇 십 cm에 불과하지만 크면 20∼30m 이상 되고 깊이도 수 십 m가 되어 크레바스가 남극을 탐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된다. 더구나 크레바스가 눈으로 살짝 덮여 보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무서운 함정이 된다. 북극과 달리 남극에는 나무가 없다.

단지 남극 잔디를 포함한 두 종류의 꽃이 피는 식물이 있을 뿐이다. 두 종류 모두 꽃이 너무 작아 확대경으로 보아야 보일 정도이다. 남극에 있는 대부분의 식물은 이끼류나 선태식물이다. 드물게는 이끼류가 햇빛이 비추는 바위표면 바로 아래에 있는 틈에서 생장한다. 또 눈에서만 생장하는 붉은 색이나 연녹색의 눈 조류가 있고 얼음 아래서만 생장하는 엷은 갈색의 얼음조류가 있다. 남극대륙에 서식하는 동물은 해안가의 물개류와 새가 주종을 이룬다. 한때 많은 숫자의 코끼리해표가 기름 때문에 도살당했으며 수십 만 마리의 남극물개가 보드라운 가죽 때문에 잡혔다.

흔히 남극을 상징하는 새(鳥)로 알려진 펭귄은 남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극 해안지방을 비롯해 적도 바로 아래에 있는 갈라파고스제도와 남아메리카 남부 동서해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뉴질랜드의 남쪽해안을 포함한 아남극에 분포한다. 남극에는 황제, 아델리, 췬스트랩, 젠투, 마카로니 펭귄들이 서식하는데, 황제 펭귄을 제외한 모든 펭귄은 남극의 봄에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운다. 아남극에는 몇 종의 펭귄이 더 있다. 날지 못하는 새인 펭귄이 한 때 해표잡이에게매기, 큰바다섬새를 포함한 섬새류, 신천옹과 같은 조류들이 남극해안과 아남극 바다의 하늘을 난다.
남극의 여름에는 고래가 간혹 해안가 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남극대륙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바다인 남빙양에는 흔히 남극새우로 알려진 난바다곤쟁이류(크릴)가 있다. 이 곤쟁이류는 아가미가 있고 일생을 물에 떠서 산다는 점에서 새우와 다르다. 크기가 4∼6cm인 이 난바다곤쟁이류는 남극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의 먹이망에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남극을 포함한 극지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현상 가운데 하나가 오로라이다. 하늘이 불타듯이 붉게 되거나 초록색의 커튼이 나타나거나 노란색의 띠가 하늘을 휘감는 것처럼 하다가 사라지는 것 모두가 오로라이다. 오로라란 우주에서 지구로 날려오는 전기를 띈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자기장 안으로 끌려들어오면서 대기성분과 부딪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로라가 남극 아무데나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지자기 남극점(남위 78° 30 ’동경 111°)을 중심으로 한 반경 2,500∼3,000km의 원형지역에서 나타난다.

지자기 남극점이란 지구를 하나의 커다란 자석으로 볼 때, 지구중심에서 지구자전축에 12°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막대자석이 지구 남쪽표면과 만나는 점이다. 남위 90°남극점이란 지리 남극점이다. 흔히 우리는 남극에서는 여섯 달이 밤이고 여섯 달이 낮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이 밤이거나 낮인 날은 남위 66.5°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갈 때 생긴다. 예컨대 남위 78°에서는 낮과 밤이 각각 넉 달씩 계속되며 이후 넉 달 동안에는 낮과 밤이 반복된다.



그러므로 6월 21일을 전후한 넉 달은 밤이며 8월 20일경부터 10월 20일경까지는 밤과 낮이 있다. 다시 2월 20일경까지는 낮만 계속되며 이어서 4월 20일경까지 낮과 밤이 두 달간 있다. 남쪽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해져 드디어 지리 남극점에서는 3월 20일경부터 여섯 달이 밤이고 9월 20일경부터 여섯 달이 낮이다. 반면 남위 62° 13’에 위치한 우리나라 세종기지에서는 하루 24시간이 낮이거나 밤인 날이 없다. 단지 6월 21경의 밤이 제일 길어 해가 아침 9시 반 경에 뜨고 오후 2시 반경에 져 이 시기에는 점심만 밝을 때 먹는다. 반대로 12월 21일 경에는 낮이 제일 길어 해가 밤 11시경에 지고 새벽 3시경에 떠, 한 밤중인 새벽 1시에도 조명 없이 신문을 볼 수 있다.